'파자마도 아니고, 뭐 그런 걸 입고 다니냐?'

2주 전, 상사의 성희롱.

시간이 지날수록 목에 걸려 아무리 뱉어내도 뱉어지지 않는 생선가시처럼 느껴지는 불편함을 견딜 수 없었고, 용기를 내 최대한 우회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파자마 같다느니, 그런 말은 좀 삼가주시죠.'

'근데 그 옷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위해서 입은 건 아닐테구...'

 

나의 불편함과 만나지지 않는 상사의 답장에 멍하니 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정중하고 진지하게 외모와 복장에 대한 평가를 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사과했다.

이후, 상사는 협조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지극히 사무적이고 원칙적으로 돌변했다. 심지어 인사 조차 깡무시했다. 

특별히 업무적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하는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괜한 말을 해서 분란을 만들었나?'하는 마음이 들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니 차고 넘쳤다.

 

상사의 모른척과 무시가 길어질수록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불일듯 일어났다.

'감사관에 찔러서 승진을 막아버릴까?'

그러다가 어떤 날은 힘을 갖지 못하고 있음에 분노했다.

'억울하면 출세해야지'라는 흔한 말로 내 인생을 통째로 묶어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5월 중반부터 시작된 이 일로 6월 첫 주 토요일까지 나는 거의 3주를 이 생각들과 엎어치고 매치느라 지쳐가고 있었다.

 

그리고 6월 2일 주일 아침, 나는 저 노래 소리에 깼다.

어찌나 생생한지 최정원씨가 내 귓가에 직접 불러주는 줄 알았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네가 다른 사람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중략)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누가 너를 욕되게 하리오'

 

여러가지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해 피곤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아련히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

'이만하면, 잘 살아낸거야. 뭘 더 성공해.. 살아내는 것 자체가 삶이었던 그 시간을 지나왔으니 이미 성공한거야... 충분해.'

근 3주 동안 드리웠던 마음의 먹구름이 걷히는 것을 느꼈다.

 

꿈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보낸 편지라는 말이 있다.

그날, 나는 그 분이 날 깨우시고 다시 세우셨음을 믿는다.

 

그리고 또 하나.

상담을 받은지 8년, 절망과 악몽이 대부분이었던 내 무의식에 변형과 확장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한다.

위기 상황 속 나를 더 죽이지 못해 안달이던 과거와 달리, 삶과 자유함으로 이끄는 변화를 느낀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조금만 더 가보자.

그 길 끝에, 더 크고 넓은 그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 어쩌면 이 모든 길에 그분이 있었겠구나!

내가 더 크고 넓어지는 것이겠구나!

 

 

나를 낳으시고,

나를 키우시고,

나를 지키시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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